달려서 만날 수 있다면 운명이라 해볼까?
<리코리쉬 피자>
Licorice Pizza
영화추천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134 분 | 2021

"내가 개리나 걔 친구들이랑 다니는 거 이상해?
내가 생각해도 그 어린애들이랑 노는 건 좀 웃긴 거 같아."
27살 알라나가 개리와 그의 동생들과 다니며 일을 돕는다.
개리가 15살이라는 점을 감안했을때 이 장면이, 이 대사가
너무 알맞고 당연했다.
이 장면으로 이들 사랑과 청춘이 조금 더 설명된다.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나이차이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에
제삼자가 끼어들 자리는 없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나이차이에대한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다면
이미 그들 사이에서 극복해낸 문제라는 사실을 아주 조금 깨닫게 되었다.
| 젊음과 청춘 그 사이에서 만나다.
이야기는 15살 개리와 27살 알라나의 이야기이다.
둘 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이고 젊다.
하지만 사회가 나누어 놓은 20살이라는 미성년자와 성인의 벽은
둘을 한없이 멀게 또는 당연하게 거리를 두게 만든다.
운명이라는 도장을 10개 찍어 커피쿠폰을 채우는듯한
그들의 청춘을 <리코리쉬 피자>에서 만날수 있다.
| 부족한 것을 채우지 못해도 부족한 점을 나눌 수 있는 것.
개리도 알라나도 완벽한 인간은 아니다.
자신에게 확신이 있는 개리와 자신에게 확신이 없는 알라나
계속해서 도전하는 개리와 그런 개리 옆에서 도울 수 있는 알라나
자신의 꿈을 모르는 알라나와 실패를 맛보는 개리
부족한 것을 서로에게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랑일까?
이들은 결국 서로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없는 것을 알게 된다.
서로의 부족한 점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향해 달린다는 것이 하나의 완성으로 가는 과정인 듯해 보였다.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뭘까
사랑이라는 비슷한 감정을 바탕으로
둘은 함께 대화하고 걷다가 금방이라도 멀어진다.
그 멀어지는 데에 큰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
반대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을 둘 다 느끼기 때문이다.
가끔 서로를 지나치며 반대로 가다가도
다시 하나에서 만나는 둘을 보며
달려서 이렇게 만날 수 있다면 '운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되었다.
| When I met your mother.
개리는 영화의 초반부터 결혼할 여자를 만났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한눈을 팔고
기회가 있다면 다가간다.
게다가 알라나에게도 확신을 주지 않는다.
그가 그녀를 아주 당연하게 자신의 미래의 여자라고 말할 때
가장 용감했고
그녀를 베이비시터라고 소개했을 때
가장 화가 났다.
|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 '개리'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즐겁게 본 캐릭터는 '개리'이다.
개리라는 인물은 살면서 가끔 만나는 부류이다.
자신에게 확신이 있고 마치 사기꾼처럼 달콤한 웃음과 매너를 장착한 사람
속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지만 매력적인 사람이다.
최근 들어 이런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몇 명의 얼굴과 사건들이 떠올랐고
아주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당돌하고 발칙한 영리한
| 달리는 '알라나'
알라나의 나이가 27살이라는 점이 많이 공감이 되었다.
어쩌면 가장 불안한 나이이다.
젊지도 그렇다고 나이가 많지도 않은 이 나이는
사회에서 시험대에 올려둔 것만 같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성공을 할 거니?
너는 네가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성공이라고 생각할 거니?
우리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가 없다.
좋은 선택을 하고 싶을 뿐이다.
좋은 선택이 내 마음과 맞길 바랄 뿐이다.
알라나라는 인물에게 많은 공감이 되었고
그녀가 달릴 때 느낄 수도 있었을 그 잠깐의 해방감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 <리코리쉬 피자>가 뭐요?
제목 '리커리쉬'(Licorice)는 서양 감초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초젤리의 리코리스를 잊고 있었다.
리코리쉬 피자를 그렇다고 젤리 피자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엘피 LP에 대한 은유에 가깝다고 한다.
하리보에서 나온 일명 바퀴젤리라고 부르는 젤리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은유는 유머를 만든다.
달려서 만날 수 있다면 운명이라 해볼까?
<리코리쉬 피자> 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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